마음이 복잡한 날에는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그렇다고 혼자 있고 싶지는 않다. 같은 공간에 누군가 조용히 있어 주는 정도가 딱 좋을 때가 있다.

마음자로는 그런 날을 위해 만든 3D 쉼터다. 앱을 설치하거나 가입할 필요 없이 마음자로 첫 화면에서 공간을 골라 바로 들어가면 된다. 그리고 이곳에는 채팅이 없다. 대신 절하기, 기도, 인사, 봉헌 같은 동작으로만 마음을 나눈다.

말 대신 동작으로 함께 있는 곳

같은 방에 들어온 사람들은 서로의 캐릭터를 본다. 누군가 자리에 앉아 절을 하면 그 모습이 그대로 보이고, 합장으로 인사하면 「○○님이 합장으로 인사했어요」라는 알림이 뜬다. 글자로 주고받는 말은 없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은 분명히 남는다.

악성 댓글이나 원치 않는 대화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채팅을 뺀 이유다. 쉼터라면 들어가는 순간 마음이 놓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온라인 절 적묵당 내부. 불상 앞에 방석이 놓여 있고 여러 캐릭터가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공간 10곳, 고르는 재미

지금 마음자로에는 공간이 10곳 있다.

  • 마음 쉼터: 온라인 절(적묵당), 온라인 교회(새벽빛 예배당), 온라인 성당(빛의 성당)
  • 놀이: 온라인 과거시험(춘당대 과장), 온라인 극락 클럽(연등 마당)
  • 시즌: 단풍놀이, 할로윈, 크리스마스 트리, 연등축제, 벚꽃놀이

시즌 공간도 1년 내내 열려 있다. 10월 말인 지금은 단풍과 할로윈이 제철이고, 곧 크리스마스 트리를 함께 꾸미는 공간이 첫 화면으로 올라온다.

온라인 단풍놀이 공간. 붉고 노란 단풍나무 사이로 길이 나 있습니다.

버튼 대신 손으로 하는 동작

마음자로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손동작이다. 버튼 하나로 끝나는 대신, 실제 동작을 닮은 손짓을 해야 한다.

  • 온라인 절에서는 화면을 꾹 눌러 108배를 하고, 염주를 끌어내리며 한 알씩 넘기고, 목탁을 톡 두드린다. 반야심경 책장을 넘기며 읽거나, 소원초에 불을 옮겨붙일 수도 있다.
  • 온라인 성당에서는 성호경을 긋고, 묵주 5단을 한 알씩 끌어내리며 기도한다.
  • 과거시험에서는 먹을 원을 그리며 갈고, 붓글씨를 따라 쓰면 채점까지 해 준다.

온라인 절의 108배 화면. 화면을 꾹 눌러 절을 한 번씩 올립니다.

온라인 성당의 묵주 기도 화면. 묵주 알을 아래로 끌어내리며 한 단씩 기도합니다.

온라인 과거시험의 붓글씨 따라쓰기 화면. 획을 따라 쓰면 결과를 채점합니다.

처음 들어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공간마다 마련한 이용 방법 페이지를 먼저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온라인 절에서 108배와 염주를 하는 방법에는 자리 잡기부터 동작 순서까지 화면과 함께 정리해 두었다.

끝까지 마친 것만 기록한다

108배를 했다면 그 기록이 진짜였으면 했다. 그래서 마음자로는 서버가 끝까지 마쳤다고 확인한 동작만 기록한다. 자리에 앉아 있었는지, 동작이 끝까지 진행됐는지, 중간에 멈추지 않았는지를 서버가 확인하고 나서야 횟수가 올라간다. 버튼을 연타해서 숫자만 올리는 일은 없다.

자동 절하기도 있지만, 멈추거나 자리를 뜨거나 연결이 끊기면 바로 멈춘다. 숫자보다 그 시간을 실제로 보냈다는 사실을 남기고 싶었다.

사람이 없어도 비어 있지 않은 방

새벽이나 한산한 시간에 들어가면 방이 텅 비어 있을 수 있다. 쉼터가 비어 있으면 오히려 쓸쓸하다. 그래서 사람이 적은 방에는 이웃 캐릭터가 들어와 자리를 채운다. 조용히 앉아 절을 하거나 기도하는 이웃들 사이에서, 혼자 왔어도 혼자인 느낌은 덜하다.

온라인 극락 클럽 연등 마당. 연등이 걸린 마당에 캐릭터들이 모여 있습니다.

만들면서 고민한 것들

개발 이야기를 조금만 덧붙이면, 3D 공간이지만 휴대폰 브라우저에서 바로 열리는 것을 가장 먼저 지켰다. 캐릭터와 가구는 절차적으로 만들고, 소리도 파일 대신 Web Audio로 합성해 받아야 할 용량을 줄였다. 한 방에 여러 사람이 있어도 움직임은 100ms 단위로 묶어 보내고, 늦게 들어온 사람도 진행 중인 동작을 이어서 볼 수 있게 서버 시각을 기준으로 맞췄다.

P2P 방식도 검토했지만, 자리 잡기나 봉헌물처럼 모두가 같이 보는 상태는 결국 기준이 되는 서버가 필요해서 지금 구조로 정했다.

오늘 잠깐 들러 보세요

거창한 결심 없이, 링크 하나 누르면 된다. 고요하게 앉아 있고 싶다면 적묵당에서 108배를 시작하면 되고, 묵주를 굴리며 기도하고 싶다면 빛의 성당이 열려 있다. 둘 다 아니라면 마음자로에서 오늘 마음에 맞는 공간을 골라 보면 된다.

말 한마디 없어도 괜찮은 곳. 복잡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가면 좋겠다.